암에 걸렸다
딱 1년 전이다. 집을 사려고 8개월은 돌아다닌 것 같다. 부동산 에이전트와 함께 돌아다녀 본 집이 백군데는 됐던것 같다. 한창 전 미국 집 값이 오를 때라 비싸기도 한참 비쌀 때 였다. 아침 가게 열기 전 가게 문 닫고 난 이후, 남편과 함께 시간이 날때 마다 우리는 집을 보러 다녔다.
처음에는 콘도를 중심으로 봤다. 집값이 너무 비싸서 엄두도 못 내기도 했지만 우리 부부는 하루 종일 가게에 있기 때문에 잔디와 정원 관리할 시간이 없는 이유로 주로 콘도를 봤다. 콘도는 아파트 형식으로 월 관리비가 300불에서 500불 사이 였지만 나름 안전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1년 전 새로 지은 지 얼마 안된 타운 하우스에 들어가게 되었다. 방 세개에 관리해주는 앞 마당 그리고 우리가 관리 해야할
조그마 한 두평 남짓의 잔디가 전부 인 집을 구하게 되었다. 얼마나 기뻣던지 그리고 집 사고 딱 4일 뒤가 내 생일 이었다.
집들이겸 내 생일파티로 가족들을 초대했는데, 초대하기 전날, 샤워를 하고 나오고 보니 가슴 옆에 동그란 혹같은게 튀어 나와 있었다.
이상했다. 뭉글뭉글 하게 생긴게 겨드랑이 밑에 있었다. 마음이 찜찜했다. 하필 왜 지금, 내 인생에 처음으로 월세 안 내고 내 돈 주고 (80 프로는 은행돈) 행복감에 빠져, 앞으로 어떤 인테리어로 집안을 장식 해야 할까 즐거운 고민으로 빠져 있는 나에게..
그리고 병원으로 갔다. 그런데 암이 아니고 그냥 물혹이라고 했다. 그런데 검사 하다 보니 혹이 세개 더 있다가 정밀 검사 해 보자고
그리고 그 혹 중에 돌연변이 한개가 있고 그게 바로 암이란다.
1기라고 하니 잘만 하면 없어질 거라고 방사선 치료도 필요 없을 거라고, 그리고 또 몇 달이 지났다. 나름 건강에 좋다는 음식은 잘 챙겨 먹었다. 원래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체질이라 포도, 레몬, 키위, 사과, 잡곡밥, 검정콩 그런 종류를 다 좋아한다.
그래서 괜찮을 줄 알았다.
엄마도 한달 동안 맨날 요거트에 부추갈아다 주고, 나도 왠만 하면 몸에 좋은 거 먹으려 애썼다.
시부모님도 한국에서 오셔서 매일 맛있는거 해 주시고 나도 나름 관리 한다고 조심했다.
그렇게 물 흐르는 듯 있다가 사라지는 게 암 인줄 알았다.
시어머니께서 말씀 하셨다.
"요즘 암은 그냥 감기 같은거래."
그 말씀이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내 사촌도 대장암 3기였는데 이겨냈고 또 시고모님도 유방암이라고 다 이겨냈다고
주위에 다 이겨낸 사람 투성이니 나도 별거 없을 거라 생각하고 내 인생을 최고로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화장대 앞에서 세수를 하고 로션을 바르고 있는데 남편이 내게 말했다.
"목에 Adam's Apple도 아니고 튀어나온 게 그게 뭐야? "
거울에 비춰 진건 목에 튀어난 혹이 었다. 동그란 혹 같은 건 지금도 내 가슴 옆에 있는 그거랑 비슷했다.
난 또 조직검사를 받게 됐다. 그리고 결론은 암 이었다.
이번에는 3기란다. 암이 너무 커져서 갑상선을 전부 도려 내야 한단다.
그리고 일주일 전 난 갑상선없는 여자가 되었다.
암 덩어리와 함께 갑상선도 없기 때문에 호르몬을 조절 해 주는 갑상선 역할을 대처 해 주는 약을 죽을 때 까지
먹어야 하는 환자가 되어 버렸다.
돌아가신 아빠가 생각났다. 아빠는 정말 몸에 좋은 약들을 좋아하셨다. 각종 비타민 철분제 영양 보조제를 끼니 마다
챙겨드셨다. 난 그런 아빠를 보면서 그 꾸준함에 조금은 존경심이 생겼지만 한편으로는 인생 한 번 살다 그냥 가면
그만 인데 꼭 그렇게 까지 약을 챙겨드셔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 매번 끼니마다 어쩔 수 없이 약을
먹게 되었다.
이제 암 제거 수술 한지 딱 5일, 하루에 하는 일이 스무가지도 넘던 활력 넘치고 열정이 넘치던 난 어디 갔다.
꾸부정한 자세로 그저 자판기를 두드리거나, 전화기에서 오락을 하거나, 유튜브나 책을 볼 수 있는 에너지가
전부다.
감사한 건, 내 옆에서 조용히 내 수족노릇 해 주는 내 남편, 미친 듯 코골다가도 '추워요'. 라는 한마디에
전기장판 켜주고 '목 말라요.' 라는 말에 아랫층 차고에서 물 가져다 주는 우리 남편에게 감사를 표한다.
암투병생활 다음 달은 방사선 치료, 내 인생은 그래도 계속 될 거다. 왜냐면 그게 바로 나니까.
행복한 나
의사가 물었다.
'수술 이 후 뭐 물어 보고 싶은게 있습니까? '
'저 갑상선 약 몇 달까지 한 번에 살 수 있어요? 제가 세계여행이 꿈이 어서요. 한 몇년 치 한꺼번에
사갈 수 없나요? '
의사가 대답했다.
'그럴 수 없어요. 되도록이면 미국에 계세요.'
하지만 행복한 내가 안다. 난 미국보다 더 좋은 곳으로 갈 거다.